"여보게, 순성(巡城) 놀이가 무엇인가?"
실학자 유득공은 답했어요.
“순성놀이는 40리 도성 한 바퀴를 하루에 빙 돌아서 도성 안팎의 꽃과 경치를 구경하는 멋있는 놀이지요. 새벽에 오르기 시작하여 저녁 종이 칠 때 마칠 수 있어요. 간혹 산길이 가파르고 험하여 힘이 빠져 지쳐 돌아오는 사람도 있지요." <유득공, ‘경도잡지(京都雜志)’>
아들 유본예(1777∼1842년)도 대답했어요.
"봄여름이면 한양 사람들은 짝을 지어 성 둘레를 한 바퀴 돌며 안팎의 경치를 구경하지요." <한경지략(漢京識略)>
내산산의 아름다운 풍경이 있는 한양도성은 놀이와 문예 활동의 장소였어요. 도성 안쪽 40리 성벽길을 하루 만에 돌며 경치를 감상하는 순성(巡城)놀이는 봄과 여름철 서울 사람들이 즐긴 대표적인 놀이였어요. 이 놀이는 20세기 전반기까지도 학생들의 소풍으로 이어졌지요.
성벽 주변에는 산과 물이 잘 어우러진 명승지가 많아 모임을 갖고, 시를 짓기도 하고 그림을 그리기도 하였지요.
활쏘기 시합인 편사(便射)도 조선시대 양반들이 자주한 운동이자 놀이였는데, 성벽 인근에는 인왕산 백호정, 등룡정, 남산 석호정 등 활쏘기를 위한 정자들이 여럿 있었지요.
한양도성의 풍경은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웠어요. 인왕산 필운대의 살구꽃, 성북동의 복사꽃, 오간수문의 버들, 북악의 도화동, 유란동, 인왕산의 세심대와 수성동, 옥류동, 남산의 목멱상화와 청학동에서 꽃구경하는 것도 큰 즐거움이었지요. 이곳 말고도 한양도성의 아름다운 곳들은 한양 사람들을 유혹하기에 충분하였어요.
먼 곳에서 상경하는 사람들에게 한양도성은 반가움의 상징이기도 하였어요. 몇날 며칠을 걸어서 온 이들이었으니 먼발치에서 한양도성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드디어 한양이구나’ 싶은 안도감이 생겼겠지요. 특히, 과거시험을 보러 상경하는 선비들의 경우, 저 성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밤낮으로 책을 읽었으니 한양도성의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과거 보러 온 선비들 중에는 한양도성을 한 바퀴 돌며 급제를 비는 경우도 많았어요. 과거를 보려는 사람들이 한양도성을 돈의문이나 흥인문을 시작으로 한 바퀴 돌고 돈의문에서 흥인문, 흥인문에서 돈의문으로 그 가운데를 가로지르면 한자로 '중(中)' 자가 되는데, 그렇게 하면 과거에 합격하는 좋은 운을 갖게 된다고 믿었어요. 그리고 순성은 하루만에 마쳐야 효험이 있다고 믿었다고 하지요.
이렇게 되어 도성민들에게 전해져 ‘순성놀이’라는 놀이가 더욱 활발하게 이뤄지게 되었지요.
지금의 순성놀이는 어떠한가요?
여러분도 함께 순성놀이에 참가해보시겠어요?
한양도성은 순성길을 따라 하루에 돌아볼 수 있어요.
그러나, 내사산을 중심으로 한 백악·낙산·남산(목멱산)·인왕산 구간과 도성이 멸실된 흥인지문·숭례문 구간 등 6구간으로 나누어 걷기를 추천하지요.
한양도성 순성놀이 프로그램으로 홀로그램으로 제작되어 3일간 총8회 공연을 낙산공원 팔각정에 전시하였던 작품이라 하네요.
시간 31:18, 즐겁게 감상하세요.
대부분 어른들만 보이지요? 이제는 우리 초등학생들이,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한양도성 순성놀이 점령하여 함께 해봐요.